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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이야기/공무원 시험

공단기 사회강사 민준호 선생님의 조언

공단기 사회과목 민준호선생님이 공무원 갤러리에 직접 남기신 글입니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이라서 진정성있네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말은 파란색으로 강조 했습니다. 사실 이런 글을 봐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거든요. 프린트해서 매일 보지 않은 게 후회 되네요. 본다고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수험의 끈은 놓지 않았을 텐데요. 사실 이런 글을 보지 않아도 스스로 마음을 다 잡아서 공부했어야 됐는데 많이 후회되네요. 



명절 앞두고 답답해하는 모습 보니 맘이 아프다.

수험생은 공부가 힘든게 아니잖아.

공부가 안되니까 힘든거지.

모두들 공부 처음했을 때 처럼 공부가 되면 좋은데 그게 아니니 힘들 수밖에.

슬럼프라는 것이 누구에게나 오는건데,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지나가는 경험이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고 인생을 나락으로 떨어뜨려버리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어찌됐든 수험생은 책상에서 해결해야 한다.

장수가 죽든 이기든 전장을 떠나지 말아야 하는 것과 같은거야.

책상에 앉아있는다고 공부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책상에서 벗어나면 그 순간 수험생으로서 모든 것이 다 끝나는거야. 

좀 창피한 얘기지만, 내 얘기 잠깐 해보께.

나 대학다닐때 보통 친구보다 용돈을 많이 받는 편이었다.


다른 친구들보다 2배 정도는 받았던 것 같다.

우리집이 큰 부자라서 그런것이 아니었어. 

그냥 대학 근처도 가보지 못하신 어머니가 서울에서 대학생활하려면 돈이 많이 필요하겠지 싶어서 무리해서 보내셨던 것 같아.

문제는 내가 그렇게 받고도 개념없이 써대는 바람에 한달 용돈 받으면 보름을 넘기지 못하고 어머니에게 또 손을 벌렸다는거야. 


우리 친지들이 부산, 창원, 거제 이런쪽에서만 사는데 나 혼자 서울에 사니까

"어머니! 1000리 안에 아는 사람 아무도 없는 아들이 서울에서 굶게 됐어요"라고 농담섞어 말하면 5만원씩을 송금해주셨어.

한꺼번에 많이 송금하면 또 다써버리니까. 정말 철딱써니 없던 시절이지.


이 철딱써니 없는 짓거리를 대학 4학년때까지 했다.

대학 4학년 2학기 기말고사 앞두고 어머니께 또 전화했다.

"어머니! 아들이 대학 마지막 시험을 앞두고 있는데, 돈이 없어 굶게 됐습니다~!!!"

어머니는 으레 그랬냐는 듯이 내일 아침까지 입금하시겠다고 하더라.

고맙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으려고 하니 어머니께서


"그런데, 준호야"

"왜요?"

"엄마가 할 얘기가 있다"

"집에 무슨 일 있어요?"

"그게 아니라, 엄마가 너 사내녀석이라서 어디 나가서 돈가지고 아쉬운 소리하고 다니는 것이 싫어서 돈문제 가지고 한번도 얘기를 한적이 없다."

"네"

"그런데, 엄마가 좀 걱정스러운 것이 하나 있어. 니가 자주하는 말대로 1000리 안에 아는 사람 없는 곳에 살면서 지갑을 비웠다는 것은 단순히 돈이 문제가 아니라 니가 스스로를 지키지 못했다는 뜻이기 때문에 엄마는 그것이 항상 걱정스러웠다.

이제 대학을 졸업하는데, 이 부분은 좀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어"

"네, 어머니...저 급한 일이 있어서 일단 좀 끊을께요"


하고 전화를 끊고 공중전화 박스에서 10분 넘게 서있었다.

전화를 급하게 끊은 것은 도저히 전화기를 붙들고 있을 용기가 없어서였어.

'자기 자신을 지키지 못했다'

'자기 자신을 지키지 못했다'

'자기 자신을 지키지 못했다'

'자기 자신을 지키지 못했다'

이 말이 수백번도 더 머릿속을 맴돌더라고.


정말 나 자신이 창피해서 어디 쥐구멍에라도 숨고싶은 마음이란....

그러고보면 대학나와봐야 소용없어.

우리 어머니 중졸이신데,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는 대학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닌것 같아.

세월과 연륜이라는 것만한 지식과 지혜의 보고는 또 없는 것 같아.

암튼 난 평생을 어머니의 그 한마디를 간직하고 산다.

'자기 자신을 지키지 못했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밥을 굶는 한이 있어도 단 한번도 지갑을 비워본적 없고, 나 자신을 지키는 선을 그어놓고 절대 그 선을 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살고있어.

명절 앞두고 형이 너희들에게 주제넘게 자기 이야기해서 좀 미안하긴한데, 힘들어 하는 친구들 있는 것 같아

혹시 도움이 될까해서 부끄러운 얘기 한번 꺼내봤어.

형 생각에 니들이 지켜야 할 선은 책상이야.


공부를 열심히 하든 말든 니네들 책상에서 벗어나면 안돼.

열심히 하는 것은 나중에 한다고 하더라도, 일단 책상으로 돌아가야해.

거기서 지지고 볶든 말든 하는 것이 맞아.

잊지마.

자기 자신을 지키면서 살아야해.


공단기 사회강사 민준호 선생님

민준호 공무원 사회 카페